[스크랩] [EBS 시네마천국] 기대하지 않은 선물, 후일담 영화
요즘 EBS 시네마천국이 너무 재밌어요. 예전에는 어쩌다 채널 돌리다 마주치게 되면 보곤 했었는데, 요새는 일요일 낮에 집에 있으면 재방송을 거의 꼬박꼬박 챙겨봐요. '이 영화 이 장면' 코너도 좋아하지만, 특히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세 완소감독님의 수다 '당신이 영화에 대해 알고 싶었던, 그러나 차마 묻지 못한 것들' 코너를 제일 좋아해요.
변영주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후일담 영화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정말 이 영화들은 말이 필요없어요. 두 영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짠해져요. 김태용 감독님이 혼자서 <비포 선셋>을 보고 극장문을 나서서 걸었던 그 기분이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이 난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그래요. 저도 제가 앉았던 극장 좌석의 위치와 줄리 델피의 모습에서 끝난듯 끝나지 않은, 아쉬운 듯 다행스러운 마지막 장면 뒤로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의 먹먹한 기분을 잊지 못해요. 그리고 김태용 감독님이 실제로 줄리 델피와 나이가 같다면서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비포 선라이즈>의 20대를 함께 지나왔기 때문에 두 영화가 좋았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많은 관객들이 느낄 이 영화의 장점일 거라구요.
이해영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후일담 영화는 <미제국의 몰락>과 <야만적 침략>. 이 두 영화는 저는 제목도 처음 들었어요. 감독님들이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있으니깐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4명의 남자와 4명의 여자, 부부들과의 끊임없는 수다가 이어지는데 외설적이기도 하다가 굉장히 수준있는 대화들이 오가고, 그러다 결국 폭로에 이르는 <미제국의 몰락>의 17년 후의 모습이 <야만적 침략>이라구요. 같은 감독에 같은 배우들이 실제 이름 그대로 등장하구요. <야만적 침략>은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영화라고 해요. 이해영 감독님은 <미제국의 몰락>만 봤을 때는 감독이 굉장히 잘난척 하는 듯한 느낌때문에 싫었는데, <야만적 침략>까지 보고 나니까 감독이 왜 영화를 찍었는지, 기본적으로 따뜻한 성향의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대요. 그 영화들 보고 싶은데,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후일담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재밌어서 수첩에 펜까지 앞에 두고 영화 제목이며 감독님들의 재밌는 말들을 조목조목 적으면서 강의 듣는 것처럼 들었어요. 그래서 남겨진 감독님의 말말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