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타까운 사람들..
"내 마음이 들리니 20회"를
케이블에서 재방송으로 봤다. ㅎㅎ
완전 안타까움의 결정판인 듯 했다.
먼저, 남자주인공 차동주(김재원)..
배우 김재원의 입장에서
조금 답답하게 나온다는 문제점을 빼면..
잘 선택한 역할 같다.
동주는 어려서 아버지 때문에 다친 후,
귀가 안들린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해야 한다.
복수하기 위해서..!!
게다가, 그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란다.
사랑하는 여자, 애인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119에 전화를 했으나..
통화를 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제 정신이 아닌 여자에게
핸드폰을 다시 쥐어주며..
위치를 말해주라는 핑계를 대는
그의 눈은 진심 안타깝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도..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림자같은 사람이 된다.
그 와중에.. 여자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와서..
일을 일사천리로 끝내며..
"너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며 면박을 준다.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귀가 안들려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곤 했지만..
그때마다 나타나주었던 그의 형, 장준하는 곁에 없다.
어두운 병원 주차장에서 핸드폰에 혼잣말을 하는
그는.. 충분히 안타깝다.
게다가, 그의 형은 이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며, 얼음으로 눈을 가리는 그는..
소년이 주는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차동주의 형인 장준하도 아니고,
봉우리의 오빠인 봉마루도 아닌 남자(남궁민)..
이 캐릭터야말로 안타까움의 결정체이다.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수재이지만..
현실은 그에게 늘 버거웠다.
그래서 선택한.. 새엄마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처럼..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17년간.. 버림받을까봐.. 안타까움에 살던..
그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친아버지는 악의 화신인 최진철이며..
그의 친어머니는 자식을 버린 몹쓸 사람인 고모이며..
그의 독설로.. 할머니는 완전 치매가 되었고..
사랑하게 된 동생, 봉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한 동생, 차동주를 사랑한다.
게다가 17년간 의지하며 살아온 양어머니는..
그를 이용해서 친부의 파멸을 계획하고 있다..
어디 한 곳.. 머무를 수 없는 그는..
모든 것을 놓기 전에.. 여동생과는 컵라면을 먹고..
차동주와는.. 베드씬..을.....................
그렇게 아름다운 한순간을 가진 뒤에..
감옥으로 갈 준비를 한다.
이 와중에.. 지적 장애인.. 아버지 봉영구는..
그제야, 아들을 알아보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의 결정체..
남궁민이 보여주는 장준하, 아니 봉마루-다.
남궁민은.. 아마도 이 드라마를 통해..
재평가될 것 같다.
역할도 좋고, 그의 연기도 좋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이승철(이규한)..
어느 것하나 부족함없이.. 가장 좋은 남편감인..
이 남자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봉우리는..
지금 다른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원수의 아들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내가 보호막이 되어 주겠다고..
그렇게 아무리 외쳐도.. 여자는 돌아보지 않으며..
너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20회 중.. 우연히 봉우리의 얼굴에 가까이 갔을때..
그때 키스를 했어야지..!!
그런데, 이 남자.. 고개를 돌리면서 숨쉬기 운동을 한다.
에효.. 이 바보야..!!
우리는.. 우리 시청자는 너를 응원하고 있단 말이다..
안타깝다..
그의 사랑이 안타깝다.. 에효..
배우 이규한에게도.. 딱~이다 싶은.. 그런 역이다.
이민정을 재발견하게 해준.. "그대 웃어요"의
이한세의 외사랑 이미지와 겹치면서..
왠지.. 계속 이런 역할만 하게 될까봐..
쪼금.. 아주 쪼금.. 걱정이 된다.
여자 주인공.. 봉우리(황정음)도 총체적 안타까움이다.
하나뿐인 엄마는 말을 못해.. 이 여자 아이는 이름이 없었다.
그런데, 아빠도 생기고, 이름도 생긴 어느날..
엄마는 죽고, 오빠는 사라지고, 할머니는 술에 의지해 산다.
고모는 애는 왜 키우냐며.. 갖다 버리라고 소리지른다.
하지만, 지적 장애인 아버지만은.. 그녀의 편이다.
심지어, 재벌집 아들.. 차동주도 그녀가 좋다고 한다.
한때 오빠였던 봉마루, 아니 장준하도 그녀가 좋다고 한다.
여기에.. 마음씨 착하고, 좋은 부모에, 생활력까지 있는 이승철은
이 여자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사랑이다.
이 세상에.. 봉우리밖에 없냐..??
왜들 그러냐..??
이 드라마는..!!
그럼에도.. 치매 할머니를 돌봐야 하고..
지적 장애인 아버지를 책임져야 하는 봉우리..
여기에.. 오빠의 슬픔까지고 알게 된 봉우리..
그 슬픔을 묻어주기로 한 봉우리..
사랑하는 남자의 아픔을 알게 된 봉우리..
역시 그 아픔을 묻어주기로 한 봉우리..
안타깝다.
어찌되었든.. 봉우리는.. 황정음에게
제3의 길을 열어준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연기자의 첫걸음이었고,
"자이언트"에서 정극에 도전하게 됐지만,
역시 연기 논란을 겪었는데..
이번 역할은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지..
별 논란없이.. 적당한 역할이라.. 생각된다.
황정음은.. 이제 정극 연기자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
이 세상에.. 젊은 여자라고는 봉우리밖에 없는지..
남자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봉우리를 좋다고 하는 와중에..
내 진심.. 응원하는 여자 캐릭터가 있다.
강민수-역의 고준희..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준희가.. 한예슬 정도로 뜰 줄 알았다.
신민아 정도로 뜰 줄 알았다.
키, 외모, 연기력, 몸매..
어느 것 하나 뒤쳐지지 않는 고준희가..
왜.. 아직까지도.. 이런 조연밖에 못하는 것인지..
본인이 별로 욕심이 없나..싶기도 하고..
빽이 없나..싶기도 하다..
이렇게 기본적인 안타까움을 깔고 가는 이 배우가 맡은 역할 역시
안타깝다.
- 사족으로.. 그러고 보면, 장준하 역의 남궁민.. 이승철 역의 이규한..
모두모두.. 조금 더 인기를 얻어야할 것 같은 배우들이다.. --;;
드라마에서도 강민수는 좋은 집안, 좋은 학벌, 좋은 성격,
훌륭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내 눈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자 캐릭터는 없다.
진심 안타깝다.
이 드라마의 작가분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가..??
-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매우 훌륭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왠지 내가 욕을 먹을 것 같다.
여튼, 모든 주인공들이..
아니, 모든 출연자들이..
이렇게 안타까운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그 안타까운 와중에.. 다들 쿨~하다.
봉우리, 황정음은.. 지적 장애 아버지를 통해..
착한 사람이 "바보"라며.. 이 모든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매정했던 할머니의 진심을 볼 줄 아는 이 캐릭터는..
조금 찌질하고 조금 못생긴 것을 빼면.. 참 매력적이다.
차동주, 김재원 역시.. 조금 나약한 역할이지만..
그럼에도, 당차게 기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이다.
지금부터 후반부로 갈수록 빛이 날 것 같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안타까움의 결정체.. 장준하, 남궁민-이다.
그런데, 이 연기자가 꽤.. 이 역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배신감으로 몸을 떨면서도..
그는 우리와의 사랑을 내보이고, 동주와의 우정을 지켜나간다.
여간 쿨~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데..
그 역할을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내 마음이 들리니..는 사실..
뭐.. 대단한 드라마는 아닌 듯 하다.
오히려, 홈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한 듯 싶은데..
그럼에도 주말 밤.. 좊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게다가 나도.. 열심히 시청하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는 꽤 성공적..이다.
이는 모두 극본, 연출, 배우의 3박자가 고루 잘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드라마가.. 이들 모두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