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여림이는 윤희를 걸오와 맺어주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선준과..??
아니면, 그냥 재미를 위해서.. 그들의 삼각관계를 즐기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그에 앞서, 여림이가 걸오를 바라보는 마음이 심상치않다고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그건 아닌 것 같다.
성균관 스캔들은 남장여자가 주요 소재이기는 하지만, 동성애를 다루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애 문제는 사실 "커피프린스" 이후로 끝이 났다.
그 이후로 쏟아지고 있는 남장여자(바람의 화원, 미남이세요, 선덕여왕, 홍길동) 드라마들을 보면,
동성애 코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여주인공의 도전과 성장에 가깝다.
남장은 성장을 위한 도전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처럼 진짜 동성애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것은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고도 할 수 없다.
남장여자와 동성애 코드의 드라마는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여튼.. "순전히 내 생각으로" 여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다..
여림이 걸오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동성애로서가 아니라..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측면에 끌렸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 끌렸고,
자기가 돌봐주지 않으면 너무나 불안해서, 옆에 있었고,
놀려주면 불끈 화를 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러면서, 아무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걸오가 안쓰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김윤식의 등장 이후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오가..
한편으로 불안하면서도 그 변화를 고맙게 생각했을 것이다.
걸오가 언제까지고 죽은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열살 꼬마로 살 수는 없으니까..
그를 그 벽에서 꺼내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다행이 그가 윤식이었던 것이다.
윤식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하지만, 눈치빠른 여림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윤식과 선준의 마음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윤식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준의 고민도 모른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걸오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선준이니까..
선준이 효은과의 혼사를 하고, 무간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지 않겠는가..
윤식의 입장을 생각해도 그렇다.
윤식을 보면, 귀엽고.. 여자인데도 남자 못지 않은 의리를 가지고, 우직하게 한 길을 간다.
그리고, 그가 목숨을 걸고 남장을 한 것을 보면, 그만한 사연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이미 선준한테 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걸오가 자신의 친구라 해도..
선준과 윤식이를 내버려 두거나 방해를 할 수는 없다.
그럴만큼 여림은 악하지 못하다.
다만, 걸오에게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준다.
이미 게임을 끝났으나.. 그래도 고백은 해보고.. 그리고 깨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아, 참.. 여림은 효은에게도 정말 적절한 조언을 해주더만..!!
여림.. 정말 멋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면서도 사랑에 끼여들지 않고..
바보같이 주변인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할 얘기 다하면서도.. 그 존재감은 걸오나 선준이 못지 않다.
세상을 향해 한발짝 나온 걸오는 아마도 이제는 다시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성장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위기는 찾아온다. 홍벽서를 하루이틀해본 것도 아닐텐데..
왠.. 팔찌를 떨어뜨린단 말인가..!!
말이 안되는 듯 싶지만.. 병장 말년이 제일 위험하다는 군대에서의 말이 있듯이..
위기와 사고는 꼭.. 이제 그 일을 끝마칠 때쯤.. 이제 정리하게 됐을 때쯤..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걸오가 홍벽서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위험해진 지금은.. 걸오를 말리고, 걸오를 지켜주기 위해..
야밤에 길목을 지키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멋진 친구다..!!
끝으로, 걸오는 초반에 전혀 서브남같지 않게 멋있었지만..
갈수록 찌질남이 되고 있다.
함정인줄 알면서 가짜 홍벽서를 찾으러 나서고..
그러고 다치고 들어오고.. 이래저래 민폐다.
심지어,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한채,
여림의 말처럼 솔직하게 고백도 못한다.
게다가.. 이제는 "게임 끝"인데도.. 윤식을 포기하지도 못한다. 쯧쯧..
이래서 나는 서브남들이 싫더라..
걸오..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서브남 캐릭터인데..
막반으로 갈수록 찌질이가 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작가와 연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걸오한테 할만큼 했다고 본다.
걸오가 아무리 멋있는 놈이여도.. 서브남의 한계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와 연출자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초반에 윤희의 눈을 가려주면서 싸우는 장면이라든가,
홍벽서로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윤식의 대님을 묶어주고..
"누구에게도 당하지 말라고.. 선준에게조차.." 뭐.. 이런 조언들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걸오 캐릭터의 최고 장면은 아니지만,
걸오가 보여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의자를 옮겨 앉으며.. 윤식이의 고민을 들어줄 때, 유아인의 눈빛이 아니였던가 싶다.
그렇게 눈빛으로 많은 말을 하는 배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잘 생겨야 가능한 눈빛이지만.. ㅎㅎㅎ
여튼, 박민영의 최근 인터뷰에서도 초반에는 걸오가 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에 몰입해서인지.. 이제는 선준이 멋있다고 대답했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한 방은 아마도 재회에서 선준의 활약이었지 싶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아.. 선준도 멋진 놈이구나.." ㅎㅎㅎ
그리고, 선준의 서원 방에서..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 조용하게 주고 받는 이야기는..
참 따스했다.. 선준이의 인품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은 그저 까칠도령이었는데.. ㅎㅎㅎ
원작을 보면, 걸오가 나중에 너무나 예쁜 각시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놓인다. 이러다가 책까지 사보는 사태가.. ㅎㅎㅎ
사실 커피프린스 등 다른 로맨스 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을 보면,
원작이 드라마보다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대충 서평을 봐도 그렇고, 성스 폐인들의 평가도 그렇고..
책은 책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사서 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