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아끼는 우산을 잃어버렸더니, "우산은 사람들이 돌려가면서 쓰는 거야"라는 위로..

행복한하루보내기 2011. 6. 23. 10:41

 

어제 오후에 비가 쏟아졌다가..

볼일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쳤다.

 

젖어있는 우산을 가방에 넣었어야 했는데..

왠일인지.. 그냥 의자 옆에 두었다.

 

그리고, 아이폰으로 고스톱 삼매 중..

전철이 왔고, 급하게 전철을 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계속 고스톱..!!

내릴 즈음.. 의자 옆에 우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없다..!!  

 

내가 우산을 내려놓은 의자는 전철역의 의자이고..

내가 우산을 찾은 의자는 전철 안의 의자이니..

우산이 있을리 없다..

 

완전 "각주주검" 이다.. ㅠㅠ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는 이 사자성어는..

옛날 초나라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었는데,

실수로 검을 강물에 빠뜨렸다...

그 사람은 배에서 내리면 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검을 떨어뜨린 곳을 배에다 표시하고.. 유유자적..

배가 강가에 정차한 후에.. 배에 표시한 그 아래를 찾았으나..

당연히 검은 없었다는 이야기.. ㅋㅋ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사람이 바보같다고 생각하였는데..

어제.. 완전.. 내가 그랬다.. ㅠㅠ

 

 

그런데.. 이 우산은.. 사실.. 내가 아끼던 것이다.

검은색에 별다른 디자인도 없는 것이라.. 사람들은 무시했지만..

그 우산은 가방에 쏙 들어가는 "5단 우산"이면서도..

펼칠 때 뿐 아니라, 닫을 때에도 손잡이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펼쳐지고 닫히는.. 최첨단(......) 우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그 우산을 준 언니한테 문자를 남겼다..

"굉장히 아꼈는데.. 잃어버렸노라"고...

 

그런데.. 이 언니는..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는 성격이다..

그 언니로부터 답신이 왔다..

 

"우산은 원래.. 여러 사람이 돌려쓰는 거야..

잃어버린 게 아니고, 누군가는 그 우산을 쓰고 다닐거야.."라는....

 

그렇다..

누구가는 또 그 우산을 예뻐해주겠지..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전철역사 관리실에 문의했더니..

"사람들이 우산은 주워도 잘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그랬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산"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왠지 뿌듯했다.

필요한 사람이 지금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제 잃어버렸고..

오늘 아침 비가 왔으니..

내가 아끼던 우산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최첨단 우산인만큼.. 사용법을 그 사람이 알아야 할텐데..

닫힌 다음에 우산대를 접어줘야.. 다시 펼쳐지는데...............

 

여튼.. 그런 우산.. 주우신 분은..

저만큼 아끼는 마음으로 사용해주세요.. 흑흑흑...